문화와 생활

"호랑이 캐릭터 더피 닮았다"... 외국인들 줄서는 조선시대 호건 에어팟케이스

기사입력 2025-08-28 19:59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며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열풍의 중심에는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굿즈 매장 '뮷즈샵'이 있다. 전시 유물과 전통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이템들이 연일 '오픈런' 매진을 기록하며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쇼핑 명소로 떠올랐다.

 

단순한 기념품에 머물던 박물관 굿즈가 이제는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역주행' 성장세를 보이며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예비 사회적기업 '이담소(E.damso)'다.

 

유승민 이담소 대표는 28일 "전통이라고 하면 여전히 멀게 느끼거나 활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사업 시작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박물관 전시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우리 선조들의 일상에서 쓰이던 평범한 물건들"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의 철학은 명확하다. "그런 일상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이템을 경험한다면, 전통을 훨씬 가볍고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생각에서 2021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케데헌 열풍이 불기 전부터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연결고리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이담소는 '이야기가 담긴 소품들'을 줄인 이름으로, 브랜드명 자체가 회사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전통 속 이야기를 현대의 생활용품에 녹여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브랜드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유 대표는 특히 전통 문양의 가치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작은 문양 하나에도 다 의미가 있다"며 "물고기 문양은 풍요와 여유를, 거북 문양은 장수를 기원하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맥락을 알고 나면 전통 물품이 단순한 소품을 넘어 나만의 의미를 가진 커스텀 아이템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대표 상품이 바로 '열쇠패 키링'이다. 조선시대 집안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혼수나 장식품 용도로 사용됐던 열쇠패에서 영감을 얻어 현대의 키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여기에 각각의 의미가 담긴 전통 문양을 참(charm) 형태로 제작해 소비자가 원하는 참을 골라 조합할 수 있도록 했다. 가방이나 개인 소지품에 달아 개성과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현대적 장식품으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가장 화제가 된 상품은 단연 '호건(虎巾) 에어팟 케이스'다. 2022년 출시 이후 국립중앙박물관 뮷즈샵에 꾸준히 납품돼 왔던 이 제품이 케데헌 흥행과 맞물리며 예상치 못한 '역주행' 완판을 기록했다. 남자 아동의 전통 모자인 '호건'에서 영감을 얻은 이 상품이 케데헌 속 호랑이 캐릭터 '더피'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성공에 힘입어 이담소는 품목 확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분청사기 모란 문양의 '모란 풍경', 조선시대 수묵화에서 착안한 '물을 보는 선비 키링' 등 다양한 전통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상품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유 대표의 열정은 상품 개발에만 그치지 않는다. 전통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직접 배움의 길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에는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에서 3개월간 과정을 이수하며 전통 바느질과 장신구 제작을 직접 배웠다.

 

그는 이 경험에 대해 "한 땀 한 땀 바느질에 담긴 정성을 보며, 선조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런 것을 만들었을까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그 진심을 현대인들에게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케데헌 열풍으로 시작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을 넘어 지속 가능한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담소 같은 기업들이 전통과 현대를 창의적으로 결합한 상품들을 통해 젊은 세대와 해외 관광객들에게 한국 전통문화의 새로운 매력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전통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로 이어져야 할 살아있는 문화"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문화를 친근하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통문화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담소의 행보가 앞으로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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