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생활
나무와 3D프린터가 만나 '가구'가 됐다고?…쇼윈도 너머로 도시인들의 마음을 훔친 전시
기사입력 2025-09-19 13:18
그 첫 번째 작품은 10월 19일까지 박물관 바깥마당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방효빈 작가의 대형 설치작품 '고리의 궤도'다. 이 작품은 지름 19cm의 작은 스테인리스 고리 하나에서 출발하여, 무려 480개의 고리가 서로 연결되고 확장되며 거대한 궤도를 이루는 장관을 연출한다. 차가운 금속성의 고리들이 촘촘히 엮여 하나의 유기적인 형태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끊임없이 긴장하고 또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우리네 인간관계의 복잡다단한 모습을 시각적으로 은유한다. 가을 햇살 아래 반짝이는 금속의 궤적을 따라 걷다 보면, 개인이 모여 관계를 이루고 사회를 형성하는 과정에 대한 깊은 성찰에 잠기게 된다.

이어 9월 30일부터 11월 16일까지는 박물관의 상징과도 같은 400년 된 은행나무 주변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이곳에는 권신애 작가의 도발적인 작품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세요'가 설치된다. 작가는 '출입 금지'라는 익숙하고 단호한 경고의 팻말이 붙은 잔디밭을 역설적으로 체험과 머무름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으레 지켜야만 했던 금기의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을 그 안으로 초대함으로써,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였던 경계와 금지의 언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노랗게 물들어갈 은행나무 아래, 금지된 공간에 발을 들여놓는 특별한 경험은 함께 머무는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편, 10월 12일까지는 전시 3동 1층의 쇼윈도 갤러리에서 또 다른 사유의 공간이 열린다. 신우철, 이소명 작가가 공동으로 기획한 '우리는 수면 아래로, 새들의 궤적으로, 다리 너머로 이어져있다' 전시는 자연물인 나무와 인공물인 3D 프린팅 기술을 결합한 독특한 가구들을 선보인다. 쇼윈도라는 프레임 안에서, 서로 다른 성질의 재료가 만나 하나의 작품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흐릿해진 현대 도시의 단면을 보여준다. 복잡한 도시의 풍경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창 너머의 작품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유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이 모든 전시는 별도의 비용 없이 무료로 즐길 수 있어, 가을날의 산책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