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역대 최악' 실적 받아든 대형마트, 추석 대목에도 손님 뚝 끊긴 이유
기사입력 2025-10-29 12:48
정부의 민생 지원 소비 쿠폰 정책이 3분기 유통업계의 희비를 극명하게 갈라놓았다. 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된 대형마트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의 매출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은 반면, 쿠폰 사용이 가능했던 편의점과 백화점은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리며 웃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3분기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나 급감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기록된 두 자릿수 분기 감소율로,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8월과 9월의 매출 감소 폭은 각각 15.6%, 11.7%에 달해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으며, 고객의 발길 자체를 나타내는 구매 건수 역시 큰 폭으로 하락하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이러한 대형마트의 전례 없는 부진은 지난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지급된 민생 지원 소비 쿠폰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지급한 쿠폰의 사용처에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원천적으로 배제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다른 곳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더욱 뼈아픈 점은, 쿠폰 사용이 외식 등 다른 분야에 집중되면서 대형마트가 기존에 안정적으로 유지해오던 핵심 수요층인 '장보기' 고객마저 대거 이탈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선물세트 구매 등으로 분주해야 할 9월에조차 매출이 11% 이상 급감한 것은, 쿠폰이 소비자의 장바구니 동선 자체를 바꿔버렸음을 의미한다. 대형마트와 비슷한 처지인 SSM 역시 3분기 매출이 1.6% 줄어들며 약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쿠폰 정책의 후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편의점과 백화점은 이번 소비 쿠폰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거의 유일하게 쿠폰 사용처로 지정되면서 3분기 매출이 1.9% 증가, 3개 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쿠폰을 사용하려는 소비자들이 편의점으로 몰려들면서 나타난 직접적인 효과로 풀이된다. 백화점 역시 쿠폰 지급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 덕을 봤다. 3분기 전체 매출이 4.3% 증가했으며,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해외 유명 브랜드, 즉 명품 부문의 폭발적인 성장세다.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지난 7월부터 3분기 연속으로 10%가 넘는 이례적인 고성장률을 기록하며, 쿠폰으로 두둑해진 지갑이 명품 소비로 이어졌음을 증명했다.
이러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e커머스는 홀로 흔들림 없는 고공 성장을 이어가며 유통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장악했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3분기 e커머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1%나 증가하며, 무려 7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전체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53.8%에 달해, 12개월 연속으로 오프라인의 비중(46.2%)을 넘어서는 '온라인 과반' 시대를 굳혔다. 결국 이번 소비 쿠폰 사태는 단기적으로 오프라인 채널 간의 명암을 갈랐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거스를 수 없는 온라인으로의 소비 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