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생활
80년 만의 귀환, AI가 복원한 '해방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니
기사입력 2025-11-06 13:41
1945년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온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을 맞이하던 그 감격의 순간, 서울역 광장에 울려 퍼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임시정부환영가'. 안타깝게도 가사만 전해져 지난 80년간 그 선율을 아무도 알지 못했던 이 노래가 인공지능(AI) 기술의 힘으로 완벽하게 되살아나 대중 앞에 공개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개관 80주년을 맞아 오는 11일부터 개최하는 특별 전시 '해방의 소리, AI로 담다'를 통해 이 노래의 원본 악보를 사상 최초로 공개하고, AI로 복원한 음원까지 함께 선보인다고 밝혔다. 잊혔던 역사의 한 조각이 첨단 기술과 만나 다시 생생한 소리로 우리 곁에 돌아와, 80년 전 그날의 벅찬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게 된 것이다.이번 복원 프로젝트의 결정적인 실마리는 1945년 12월 17일 자 '중앙신문'에서 발견된 악보였다. 지금까지 다른 어떤 기관에서도 공개된 적 없는 이 악보는 '임시정부환영가'의 멜로디를 품고 있는 유일한 단서이자, 역사의 미스터리를 풀 핵심 열쇠였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이 희귀한 악보 자료를 바탕으로 AI에게 선율을 학습시키고 재구성하게 하는 고도의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가사만 남아 상상 속에 머물러야 했던 노래에 마침내 생명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80년의 긴 세월을 뛰어넘어 해방의 기쁨과 환희를 담은 멜로디가 과연 어떤 느낌일지, 이번 전시를 통해 누구나 직접 확인하고 느껴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전시는 '임시정부환영가'에만 그치지 않고, '그날의 감동, 소리로 듣다'와 '도서관의 첫 발자취'라는 두 가지 큰 주제 아래 다채로운 콘텐츠로 풍성하게 채워졌다. 해방 소식을 처음으로 알린 미국之音(VOA) 방송의 한국어 내용을 AI가 분석해 현대적인 대담 형식의 팟캐스트로 재구성한 오디오 콘텐츠, 해방 직후 대한독립협회가 국민에게 무료로 배포했던 안익태 작곡의 '애국가' 악보 등 귀중한 사료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또한 국립도서관 개관 소식을 다룬 1945년 '매일신보' 기사 낭독 음원, 당시 사서들이 손으로 쓴 '사서부일지'를 각색한 영상 등 도서관의 초기 역사를 AI 기술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흥미를 더한다.
김희섭 국립중앙도서관장은 이번 전시가 단순한 기록의 나열을 넘어, 잊혔던 역사를 국민에게 다시 돌려주는 특별한 시도임을 강조했다. 이는 귀중한 역사적 기록을 잠자는 상태로 두지 않고, 현대 기술과 적극적으로 접목해 국민과 공유하고 활용하려는 도서관의 새로운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오는 12월 31일까지 별도의 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더 많은 시민이 80년 전 해방 공간의 뜨거운 감동과 역사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가 불러주는 80년 전 노래는 우리에게 역사를 기억하고 체험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