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듣기만 해라?"…'제주항공 참사' 공청회, 유가족은 질문도 못 하는 '반쪽짜리' 소통

기사입력 2025-11-19 12:47
 지난해 12월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12·29 여객기 참사'의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공청회를 앞두고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와 유가족 측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항철위는 다음 달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서울 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사고 조사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번 공청회는 전체 12단계로 구성된 항공기 사고 조사 절차의 8번째 단계에 해당하며, 그동안 축적된 사실관계를 대외적으로 확인하고 기술적인 검증을 거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항철위는 이 과정을 통해 조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실히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항철위는 공청회의 구체적인 진행 계획도 공개했다. 첫날인 4일에는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될 수 있는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문제와 공항의 방위각 시설에 대한 조사가 다뤄지며, 둘째 날인 5일에는 사고 기체의 엔진 결함 가능성을 포함한 기체 자체의 문제와 당시 조종사의 운항 상황 전반을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각 세션은 담당 조사관이 조사 내용을 상세히 설명한 뒤, 관련 분야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질의응답 순서로 구성된다. 특히 항철위는 이번 공청회에서 사고의 진실을 규명할 핵심 증거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의 분석 내용까지 대중에게 최대한 제시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이러한 항철위의 계획에 유가족들은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유가족협의회는 "공청회 개최에 반대하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못 박으며, 항철위가 공청회 개최 사실을 공문으로 일방적으로 통보했을 뿐, 일정이나 방식에 대해 유가족과 단 한 차례의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가족 측의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협의회 관계자는 "공청회에서 유가족에게는 발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고 통보받았다"며 "사고와 관련된 핵심 자료 역시 사전에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는데, 이는 사실상 유가족을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결국 항철위가 '투명성 강화'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준비한 공청회는 시작도 전에 파행을 예고하게 됐다. 전 과정을 유튜브로 실시간 생중계까지 하며 공정성을 강조하겠다는 항철위의 구상과 달리, 사고의 가장 큰 피해자인 유가족들은 자신들이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는 상황이다. 진실 규명을 위한 중요한 절차가 당사자와의 최소한의 소통도 없이 진행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이번 공청회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절차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참사의 아픔을 딛고 진실을 마주하고자 했던 유가족들의 바람은 또다시 깊은 상처만 남긴 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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