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생활
콜드플레이는 해냈다... K팝 콘서트, '이것'만 바꾸면 탄소 배출 절반으로 줄인다
기사입력 2025-12-02 14:09
전 세계를 무대로 뻗어나가는 한국 대중음악(K-POP)의 화려한 이면에 가려져 있던 환경 문제가 마침내 국회 공식 의제로 처음 올랐다.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는 'K-POP 저탄소 콘서트 표준화 가이드라인 수립 토론회'가 열려,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한 K-POP 공연의 탄소 배출 감축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표준화하기 위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행사를 주최한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POP의 국제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이제는 공연 제작부터 아티스트와 관객의 이동, 그리고 공연 후 발생하는 폐기물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기준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공동 주최자로 나선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기후 위기 시대에 대규모 콘서트의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K-컬처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이번 토론회에서는 K-POP 산업이 직면한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변화의 필요성이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제시되었다. 환경운동가 김나연 케이팝포플래닛 운동가는 라이브 공연이 전체 음악 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2007년 영국 음악 산업의 경우 라이브 공연이 차지하는 탄소 배출 비중이 무려 73%에 달했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현재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일부 공연에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 실질적인 감축 노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미 시장에서는 변화의 요구가 거세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K-POP 팬 6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2%가 '저탄소 콘서트를 더 원한다'고 답한 결과는, 친환경 전환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물론 업계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점도 제기되었다. 김명신 라이브네이션코리아 팀장은 지난 4월 열린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 사례를 소개하며, 친환경 발전을 통해 기존 대비 약 50%의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의 잘 갖춰진 대중교통 인프라와 높은 시민의식은 저탄소 공연을 위한 큰 강점이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한 전문 공연장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발전기 사용 구조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넘기 힘든 벽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허은 이온어스 대표는 이동형 에너지 저장 체계(ESS)와 같은 친환경 전력 시스템을 공연 현장에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의무화하거나 인센티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제도적 기반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토론회 참석자들은 K-POP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정부와 국회, 그리고 민간 부문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ESG 리서치 팀장은 공연이 연예기획사 매출과 탄소 배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저탄소 전환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기업의 위험 관리를 위한 핵심적인 경영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팀장은 정부가 공연용 탄소배출 계산기와 같은 지원 도구를 공식 표준으로 정착시키고, 중소 연예기획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교육 및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나아가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공연 및 행사의 탄소중립 정책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정부, 지자체, 민간이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K-POP이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이제 화려한 무대만큼이나 그 무대를 만드는 과정의 친환경성에도 주목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