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생활

"장하다 수미야" 조수미, 40년 지킨 거장의 눈물과 고백

기사입력 2026-05-11 13:53
 한국 성악계의 살아있는 전설 조수미가 무대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새 앨범 '컨티뉴엄(Continuum)'을 들고 대중 곁으로 돌아왔다. 지난 6일 열린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그는 지난 40년의 세월을 '치열한 투쟁이자 환희의 기록'이라고 회상하며, 음악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의 명칭인 '컨티뉴엄'은 라틴어로 '계속되는 것'을 의미하며, 예술가로서의 여정이 멈추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상징한다. 조수미는 1986년 이탈리아 베르디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20대의 자신에게 "참으로 장하다"라는 따뜻한 격려를 건네며 감회에 젖었다.

 

이번 신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클래식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과감한 시도다. 고난도의 기교가 요구되는 글리에르의 협주곡을 통해 여전한 전성기 기량을 증명하는 동시에, 한국 창작 가곡을 타이틀로 내세워 모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아이돌 그룹 엑소의 수호와 함께 부른 '로망스'는 장르의 벽을 허무는 신선한 협업으로 평가받으며 폭넓은 세대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는 SM 클래식스와 손잡고 선보이는 첫 결과물로서,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조수미의 오랜 숙원이 담긴 결과이기도 하다.

 


조수미는 자신의 음악적 성취 뒤에 부모님의 헌신적인 사랑과 지도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성악가의 꿈을 딸을 통해 실현하고자 했던 어머니의 엄격한 교육과, 무작정 해외 극장장을 찾아가 딸의 재능을 알렸던 아버지의 열정이 지금의 '신이 내린 목소리'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부모님의 고향인 창원에서 전국 투어의 첫발을 떼며 그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서른 살이 되기 전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서겠다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켰던 일화는 많은 이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후학 양성을 위한 그의 노력 또한 구체적인 결실을 보고 있다. 오는 7월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제2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에는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수많은 인재가 몰려들며 국제적 위상을 확인시켰다. 조수미는 단순히 상금을 주는 콩쿠르에 그치지 않고, 수상자들이 세계 무대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직접 멘토가 되어 무대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실력은 물론 인성과 자부심을 갖춘 아티스트를 길러내어 그들이 세계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거장의 진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예술가로서의 철학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자유'와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과거 북한 성악가와의 협연 당시 예술이 검열받는 현실을 목격하며 자유의 소중함을 절감했다는 그는, 이제 그 자유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과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카이스트 초빙 교수로서 인공지능이나 홀로그램을 활용한 공연에 열린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더 많은 사람에게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한 출구를 찾기 위해서다. 그는 기술이 예술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대중과의 소통 창구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조수미의 시선은 이제 개인의 영광을 넘어 사회적 소명으로 향하고 있다. 누구나 부담 없이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1000원의 행복'이나 파크 콘서트 같은 무대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그의 향후 목표다. 익숙한 길에 안주하기보다 끊임없이 낯선 길을 개척해온 그는, 후배들에게는 앞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고 대중에게는 위로를 건네는 음악적 동반자로 남기를 원한다. 만인의 연인이자 영원한 소프라노로 기억될 조수미의 음악 여정은 '컨티뉴엄'이라는 이름처럼 앞으로도 쉼 없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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