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생활
황규태·베르디 개인전, 사진과 거리 예술의 틀 깨다
기사입력 2026-05-20 13:47
한국 사진계의 전위적인 개척자로 불리는 황규태 작가가 서울 서초구 유나갤러리에서 개인전 'Beyond the Frame'을 통해 이미지의 본질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1960년대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일찍이 사진을 단순한 현실의 기록이 아닌 해체와 재조합이 가능한 시각적 장치로 인식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몽타주와 픽셀 작업들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관람객들에게 대상을 감상하는 단계를 넘어 이미지가 작동하는 방식을 의심하고 확인하게 만든다.황규태의 작품들은 멀리서 보았을 때 유려한 색면 추상화처럼 느껴지지만,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사각형의 픽셀과 정교하게 합성된 이미지의 결이 정체를 드러낸다. 87세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선은 과거의 회고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 이미지 이후의 시각 환경을 예리하게 관통한다. 이미지가 과잉 생산되고 진실과 허구의 경계가 무너진 현대 사회에서, 작가는 대상을 선명하게 보여주기보다 우리가 이미지를 믿게 되는 심리적 기제를 흔들며 사진을 보는 눈 자체를 다시 조립할 것을 요청한다.

한편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는 일본의 천재 그래픽 아티스트 베르디의 첫 미술관 개인전 '아이 빌리브 인 미'가 열려 동시대 청년 문화의 뜨거운 에너지를 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거리의 그래픽 디자인이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 안으로 들어왔을 때 발생하는 시각적 변화와 가치를 탐구한다. 판다와 토끼를 결합한 그의 대표적인 페르소나 '빅(Vick)'은 평면적인 로고를 넘어 거대한 조각으로 재탄생했으며, 팬데믹 시기의 위로를 담은 '비스티(Visty)'는 7m 규모의 압도적인 부조로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웠다.
전시장에는 드로잉과 그래픽, 조각 등 250여 점의 방대한 작품이 설치되어 베르디가 구축해온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감정을 시각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 가깝다. 'Girls Don't Cry'나 'Wasted Youth' 같은 문구들은 이제 상품 위의 디자인을 넘어, 동시대 유스컬처가 공유하는 정서적 구호이자 자기 확신의 메시지로 작동하며 관람객들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은 도쿄에 위치한 베르디의 실제 스튜디오를 재현하여 그의 창의성이 발현되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브랜드와의 협업, 친구들과의 커뮤니티, 그리고 수많은 수집품과 스케치가 뒤엉킨 이 공간은 그의 예술이 철저히 삶의 현장과 맞닿아 있음을 증명한다. 전시 제목인 'I Believe in Me'는 단순한 자기계발적 구호가 아니라, 자신의 감각과 문화를 끝까지 밀고 나간 예술가의 당당한 선언이자 동시대 청년들에게 전하는 묵직한 응원의 메시지로 읽힌다.
황규태와 베르디, 서로 다른 세대와 매체를 다루는 두 작가의 전시는 공통적으로 기존의 프레임을 넘어서는 도전 정신을 공유한다. 황규태가 사진의 틀을 깨고 이미지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한다면, 베르디는 스트리트 아트의 틀을 확장해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두 전시 모두 6월과 7월까지 이어지며 서울의 여름을 예술적 영감으로 가득 채울 것으로 기대된다. 관람객들은 거장의 노련한 실험과 젊은 작가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통해 현대 미술이 나아가야 할 다채로운 방향성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