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생활
권오상, 조각의 정답을 '허공'에서 찾다
기사입력 2026-07-01 14:40
사진을 오려 붙여 입체물을 만드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현대 미술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권오상 작가가 이번에는 형태가 아닌 '비어 있음'에 주목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파티클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Passing Through The Void : 허공을 통과하며'는 조각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그동안 피사체의 외형을 정교하게 재구성하는 데 집중해왔던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조각의 안과 밖을 관통하는 빈 공간, 즉 '허공'을 작품의 핵심 재료로 끌어들였다.이번 전시는 권오상의 예술 세계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물의 구체적인 형상을 재현했던 과거의 '데오도란트 타입' 연작에서 한발 나아가, 신체를 연상시키는 모호한 추상적 형태와 역사적 조각의 도상들을 낯설게 조합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처음으로 추상 작업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조각이라는 매체를 대하는 태도가 더욱 유연하고 철학적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익숙한 사물과 풍경이 해체되고 재구성된 작품들 사이에서 조각의 새로운 경계를 경험하게 된다.

전시장의 공기를 지배하는 것은 작품 곳곳에 뚫린 구멍과 여백이다. 권오상은 이 구멍들을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작품의 내부와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조형적 통로로 정의한다. 이는 중국의 기암괴석인 태호석에서 '용이 지나가는 길'이라 불리는 구멍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다. 작가에게 빈 공간은 형태를 깎아내고 남은 부산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감을 가지며 주변 공간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능동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작가의 대표적인 작업 방식인 '사진 조각'의 진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평면 이미지를 층층이 쌓아 올려 부조의 형식을 취한 '릴리프' 시리즈와 공간과 형태의 역학 관계를 탐구한 와상 신작들은 조각이 가진 물리적 무게감을 덜어내는 대신 시각적 깊이를 더했다. 특히 새롭게 선보이는 헬멧 신작 3점은 작가 특유의 세밀한 사진 배치와 추상적 공간미가 결합하여 조각의 안팎을 넘나드는 독특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권오상 작가는 조각에서의 빈 공간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핵심적인 장치라고 설명한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비워둔 공간은 관람객 각자의 기억과 감정이 채워질 수 있는 여백이 된다. 이는 작가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관람객이 작품의 허공을 통과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서사를 만들어가길 바라는 예술적 배려이기도 하다. 이러한 소통 방식은 조각이라는 장르가 가진 정적인 이미지를 동적이고 개방적인 것으로 변화시킨다.
후지필름 코리아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9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예술과 기술, 사진과 조각의 경계를 허물어온 권오상의 실험은 성수동이라는 현대적인 공간과 어우러져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형태의 완결성보다 비어 있는 공간의 가능성에 주목한 이번 전시는 현대 조각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