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생활
어른이 더 빠진다…‘뉴베리상’ 보물창고 열린다
기사입력 2026-10-02 14:09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어른에게도 오래 남는 이야기가 있다. 100년 넘게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뉴베리상 수상작들을 만나는 특별전이 가창 아트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다.뉴베리상은 1922년 시작된 미국의 대표 아동문학상이다. 미국도서관협회 산하 어린이도서관서비스협회가 매년 수여하며, 전년도 미국에서 영어로 출간된 어린이책 가운데 문학적으로 가장 뛰어난 성취를 보인 작품에 뉴베리 메달을 준다. 함께 주목할 만한 작품들은 뉴베리 아너 도서로 선정된다.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 상은 작품의 인기도보다 문학적 완성도에 무게를 둔다. 이야기의 주제, 구성, 인물의 깊이, 문체, 어린이 독자에게 전하는 감동과 통찰이 주요 평가 기준이다. 그래서 뉴베리 수상작들은 한 세대를 넘어 꾸준히 읽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특별전은 뉴베리상의 역사와 주요 수상작을 소개하는 자리다. 국내에 번역된 작품들을 영어 원서와 한국어 번역서로 함께 전시해, 같은 이야기가 두 언어로 어떻게 전달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관람객들은 100여 년에 걸친 수상작을 통해 어린이의 성장, 가족, 상실, 용기, 사회 문제를 다룬 다양한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의 수상작이다. 린다 수 박은 고려시대 도공과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어 싱글 샤드’로 2002년 뉴베리 메달을 받았다. 국내에는 ‘사금파리 한 조각’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한국의 역사와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미국 아동문학의 최고 영예를 안은 사례로 평가된다.

태 켈러의 ‘웬 유 트랩 어 타이거’도 전시된다. 국내 번역본은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이다. 이 작품은 한국 옛이야기와 가족 서사를 결합해 사랑과 상실, 기억의 의미를 그려냈다. 2021년 뉴베리 메달 수상작으로, 한국적 정서가 세계 독자와 만난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다.
올해 뉴베리 메달 수상작인 르네 왓슨의 ‘올 더 블루스 인 더 스카이’도 소개된다. 국내 제목은 ‘모두가 눈부신 파랑’이다. 가까운 친구를 잃은 소녀가 슬픔을 통과하며 삶을 이어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으로, 현대 아동문학이 어린이의 내면과 감정을 얼마나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어린이책이 단순히 어린 독자만을 위한 장르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좋은 아동문학은 성장의 순간을 다루지만, 그 안에는 누구나 겪는 두려움과 상실, 희망과 회복이 담겨 있다. 아이에게는 자신을 이해하는 언어가 되고,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문학이 된다.
허두환 아트도서관 관장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독자들이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