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정치

김여정 의료지원 거부…지뢰 폭발엔 “자작극” 주장

기사입력 2026-10-08 14:44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총무부장이 한국 정부의 대북 의료장비 지원 추진을 강하게 비난하며 남북 간 교류와 협력 가능성을 일축했다. 인도적 목적의 보건의료 지원마저 “주권침해”로 규정하면서 한국 정부와 마주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김 부장은 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 의료기관 지원을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면제 절차를 마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이를 두고 “국가에 대한 모독”이자 “정치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 내부의 의료 여건을 지원 명분으로 내세운 것 자체가 북한의 현실을 왜곡하고 체면을 훼손하려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앞서 통일부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평양 강동군 병원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의료장비 166종에 대해 유엔 대북제재 면제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북한 주민의 보건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인도적 협력 사업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은 해당 지원 계획을 받아들이기보다 정치적 의도가 깔린 행동으로 몰아붙였다.

김 부장은 특히 지난달 발생한 육군 25사단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사고를 다시 거론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지뢰 사고를 북한 소행으로 몰아가면서 동시에 의료지원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지뢰 폭발 사고와 의료장비 지원 계획을 모두 한국 측이 만든 “자작극”이라는 취지로 비난했다.

 

또 한국 정부가 실제로 장비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면서도 지원 계획을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거부를 예상한 뒤 이를 통해 한국은 선의를 보이고 북한은 이를 거부하는 구도를 만들려 했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이를 남측의 정치적 계산으로 규정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국정감사 발언도 담화에 등장했다. 정 장관은 전날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 북한의 고의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지뢰 ‘공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부장은 이 발언을 근거로 한국 내부에서도 사건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 군 당국의 최종 판단은 다르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5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9월 21일 발생한 지뢰 폭발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남쪽에 매설한 플라스틱제 반보병지뢰에 따른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합참은 폭발 지점과 북한군 지뢰가 발견된 위치가 모두 군사분계선 남쪽 약 10m 지점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장 조사에는 유엔군사령부도 참여했다. 조사 결과 사고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북한군 지뢰는 땅속에 묻혀 있었고, 인위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판단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성분 분석에서도 북한군 지뢰와 관련된 특징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이를 토대로 북한군의 지뢰 매설을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으로 봤다.

 

김 부장은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구체적인 반박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 측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대남 비난 수위를 높였다.

 

담화의 핵심은 남북관계에 대한 전면 거부였다. 김 부장은 한국과는 어떤 것도 주고받을 일이 없고, 마주할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 북한의 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의 적대적 행동뿐 아니라 선의로 포장된 시도 역시 북한에 대한 도전이자 주권침해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이번 담화는 북한이 대북 제재 완화나 인도적 협력의 통로까지 차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를 통해 최소한의 접촉면을 마련하려 했지만, 북한은 이를 정치적 공격으로 규정하며 남북관계를 다시 강한 대결 구도로 밀어 넣고 있다.

 

영상뉴스